대강절
12/16/2023사임
12/23/2023한해를 보내며
이제 2023년이 저물어갑니다. ‘다사다난’했다는 말로는 우 리가 함께 겪었던 일들을 담아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 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참극이 되었습니다. 작년 2월에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직도 진행중입니다. 아프리카 대륙은 내전으로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미국 남부의 국경 에는 남미에서 뿐 아니라 지구촌 여러 곳에서 목숨을 걸고 몰려든 난민들이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언제 가 될지 모르는 기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카고와 뉴욕에는 텍사스와 플로리다에서 버스로 실어 나른 난민들이 아무런 연고 도 없는 곳에서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지옥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판데믹 기간 동안 올라간 물가는 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모두들 사는게 이전 같지 않다고 각박해진 세상을 탓합니다. 이런 어두운 소식들이 한 해를 마감하는 우리를 우울하게 합니다. 그런데 성탄절은 지금처럼 암울 했던 세상에 구원과 회복, 화해와 평화의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의 몸으로 오신 사건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오래 전 베들레헴에 오신 아기 예수를 기억하기에, 약속대로 다시 오실 주님을 간절히 기다리는 것도 성탄절을 기념하는 방법입니다. 답이 보이지 않는 혼란스러운 세상이기에 더욱더 공의로 이 세상을 다스리 실 예수님의 다시 오심이 간절합니다. 위 사진은 베들레헴에 있는 팔레스타인 교회에서 성탄절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조형물입니다. 이 교회의 목사님은 제가 공부한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공부하고 베들레헴 성경 대학교 Bethlehem Bible College 에서 교수로 섬기는 Munther Isaac 입니다. 그는 교인들과 함께 이 조형물을 만들었고, 전쟁으로 고통 당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세지를 전했습니다. 이번 성탄절에 우리도 지구촌 곳곳에서 고통 당하는 이들에게, 우리 주변에서 눈물 흘리는 이웃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복된 발걸음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위 로와 회복의 은혜가 여러분 가정과 온 세상에 충만 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Turkey Basket Drive
올해는 작년보다 10개 많은 170개의 터키 바스켓을 준비했습니다. 아침부터 70 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모였습니다. 해가 갈수록 바스켓 숫자도 늘고 함께 섬기는 봉사자의 숫자도 늘어나니 감사할 뿐입니다. 직접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행사를 위해 후원해 주신 분들도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감사의 표현이 아닐까요? 올해에는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가족이 함께 온 경우도 있었습니다. 고등학생, 심지어 초등학교 삼학년인 어린 친구도 있었습니다. 모두들 열심히 박스를 조립하고, 감사절 저녁식사를 위해 필요한 식료품들을 담았습니다. 한 시간 만에 박스 170개가 완성되었습니다. 지난 몇 년째 해마다 Palm Tree Market 에서 정성스럽게 준비해주신 샌드위치를 나누며 즐거 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각자 자동차에 박스를 싣고 기다리는 이웃들에게 향했습니다. 반가운 미소, 그리고 감사의 인사를 나누며 봉사자들과 이웃은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특별히 어린 나이부터 나눔의 기쁨을 맛본 친구들은 얼마나 축복을 받은 걸까요?
2030 집회
2030 집회는 감사절 연휴에 시카고에서 열리는 청년 집회입니다. 미국 감리교에 속한 한인 교회 목사님들이 한마음으로 준비하는 행사입니다. 처음에는 연휴 동안 기숙사를 비워야 하는 유학생들, 여러가지 사정으로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청년들 을 위해 시작했다고 합니다. 올해로 22년째인 이번 집회에는 열 네 주에서 참석한 200여 명의 청년들과 시카고 인근에서 모인 성도들이 함께 했습니다. 수요일 오후부터 청년들이 도착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알라배마에서 열네 시간을 운전해서 왔고, 또 뉴욕에서는 열세 시간을 운전해서 왔습니다. 말씀을 사모하고, 다른 지역의 청 년들과 교제하기를 원하는 그들의 순수한 마음이 귀했습니다. 목사님들이 주관하지만, 집회의 모든 것은 2030을 통해 성장 한 청년 간사들이 운영했습니다. 이미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는 간사들은 휴가를 내서 집회가 시작하는 전날부터 집회를 위해 빈틈없이 준비를 했습니다. 이런 자리에 초대받아 청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제게는 큰 축복입니다. 금요일 오전 세미나에 질의 응답시간이 있었 는데 청년들이 그들의 꿈과 고민, 삶과 신앙에 대해 서른 개가 넘는 진지한 질문을 제출했습니다. 모든 질문에 다 대답할 수 가 없었지만, 집회 기간 동안 청년들이 계속 자신들의 고민에 대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질문이 있는 청년이야 말로 미래의 교회를 짊어질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복잡 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이 안스럽지만, 다른 한편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뛰어난 능력을 지닌 그들이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합니다.
한국말 어때요?
브라이언의 전공은 국제 관계입니다. 그래서 제 2 외국어가 필수입니다. 고민하던 브라이언이 이번 학기부터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브라이언과 문자를 주고받는 일이 늘어났습니다. 숙제 검사, 과제 작성, 시험 준비 등을 위 해 제게 영어와 한국어로 문의를 합니다. 영어와 뿌리가 같은 유럽계 언어를 택했으면 훨씬 더 수월 했을 텐데, 한국어는 일단 문자부터 다르니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브라이언은 어렵다고 하면서도 잘 따라하고 있습니다. 옆 사진은 학기말 과제로 학생들 앞에서 발표한 내용인 데 제법 그럴듯하게 준비를 했습니다. 사실, 브라이언이 삼학년이 되었다는 사실은 기적과 같습니다. 이전에도 대학에 간 학생들이 있었는데, 한학기나 일년 만에 돌아온 경우가 많습니다. 평생을 흑인 빈민가에서 살 던 학생들이 대학이라는 낯선 곳에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 기 때문입니다. 다시 동네로 돌아와서 커뮤니티 칼리지를 다니 거나 혹은 다른 진로를 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브라이언은 삼학년 진학을 해서 잘 지낼 뿐 아니라 이제 한국어도 배우고 있습니다. 저는 브라이언에게 한국에 있는 대학에 교환 학생으로 가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한국에 가서 지내는 시간이 브라이언에게 또 다른 성장의 기회가 되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겨울 외투 나누기
올해는 두 번에 걸쳐 이웃들에게 외투를 나누어 드렸습니다. 10월 말에는 롱 아일랜드 아름다운 교회에서 보내주신 외투를 나누어 드렸습니다. 그리고 12월 초에는 뉴저지 초대교회와 뉴저지 산돌교회에서 보내주신 외투를 나누어 드렸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보내주신 목도리도 나누어 드렸습니다. 이웃들이 자신의 사이즈와 스타일에 맞는 외투를 골라서 입어보고 좋아하는 모습 은 결코 질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린 아이들이 수줍은 얼굴로 자기 마음에 드는 외투를 입고 환한 미소를 짓는 것은 돈으로 환산 할 수 없는 선물입니다. 두 번에 걸친 행사로 많은 이웃들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외투가 필요한데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오지 못한 아이를 위해서는 제가 따로 외투를 챙기기도 합니다. 다음 날 기대하지 않았던 아이에게 외투를 전해주니 얼마나 좋아 하던 지요. 겨울 외투 나눔은 사랑입니다.
외로운 죽음
감사절 연휴 동안 집회 참석차 시카고에 있는데 미스 셜리에게 문자를 받았습니다. 제 옆집에 살던 분이 세상을 떠났다 는 슬픈 소식이었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연세가 들긴 했지만, 어디가 아프거나 불편한 기색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분은 일년쯤 전에 옆집 일층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왔습니다. 은퇴한 노인은 혼자서 조용히 일상을 꾸려갔습니다. 어느 날 한국 식재료를 어디에서 살 수 있냐고 물어서 H-Mart를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 그는 가끔 H-Mart 에서 장을 보았고 그런 그에게 저는 농담으로 나보다 더 한국적이라고 놀리기도 했습니다. 올 봄에는 빈터에 화분을 놓고 토마토와 고추 모종을 심었고, 그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햇살을 쬐기도 하고 더운날에는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지나가는 이웃들과 얘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집회를 마치고 돌아오니 이미 시신은 가족들이 다른 곳으로 옮겼고 아무런 소식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이웃들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사망한지 며칠이 지나서 발견했다고 합니다. 며칠 동안은 부패한 시신에서 발생한 악취를 없애기 위 해 창문과 뒷문을 열어놓았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유품을 훔치려 했던지 창문이 깨져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누군가 남은 물건을 전부 집 바깥에 버렸습니다. 을씨년스럽게 빈터에 버려진 살림살이들은 외롭게 살다 쓸쓸하게 삶을 마감한 한 사내의 처지를 보여주는듯 합니다. 그가 살아 있을때 지친 몸을 받쳐주던 침대와 그의 일상을 지 탱해주던 가재 도구들이 이렇게 나뒹굴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고독사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곳에서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고, 부족한 사회 안전망때문에 고독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신문 부고난에도 실리지 않는 죽음을 보며 가난하게 산다는 것이 죽은 이후에도 이렇게 다르다는 걸 봅니다. 제 이웃들이 살아 계시는 동안 더 잘 살펴 드려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합니다.
새해를 준비하며
드디어! Church of the Advocate 공사가 거의 마무리 되었습니다. 아직 몇 군데 더 손을 보아야하지만, 일단 방과후 학교를 위한 공간은 사용이 가능해졌습니다. 연말이 지나 1월 중순쯤 방과후 학교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벌써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자원 봉사자도 모집하고, 방과후 학교를 전담해서 운영 할 사람도 뽑아야 합니다. 지난 9월 Church of the Advocate에는 새 목사님이 부임했습니다. 거의 5 년 동안 목사님이 안 계셨는데, 이번에 캐롤 이라는 여자 목사님이 오셨습니다. 저를 만난 캐롤은 자신의 사명은 교회 건물이 저희 동네 이웃들을 위해 잘 쓰임 받게 하는 것이라며 방과후 학교를 위해 최선의 편의를 베풀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새해에는 진정한 협력관계가 되어 저희 동네 아이들과 주민들에게 주님의 사랑을 더 많이 베풀 수 있을것 같습니다. 새해에도 주님 은총 가운데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